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우리가 '도망치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에 대하여
- 6월 26일
- 2분 분량

안녕하세요, 렌입니다.
퇴근길, 문득 '다 버리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꽉 막힌 만원 지하철에 몸을 맡긴 채, 이름 모를 낯선 거리의 풍경 속으로 스며들어 지금의 나를 리셋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죠.
사실, <체인소 맨> 레제 편의 그 장면이 바로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달콤하기에 더 애절한 '도망치자'라는 거짓말
레제가 덴지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제안하던 장면. 떨어지는 빗소리와 애틋한 멜로디가 겹쳐지며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건 모두 거짓이었죠. 레지에게는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고, 덴지에게는 붙잡아야만 하는 일상이 있었으니까요.
이건 우리 현실과도 닮아 있지 않나요?
지긋지긋한 인간관계나 끝도 없이 밀려드는 업무들. 우연히 마주친 인연이나 대화 속에서,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환상에 잠시 마음을 빼앗기곤 합니다.
그 장면이 유독 가슴 깊이 박히는 이유는, 그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 '달콤한 울림'에만큼은 구원받고 싶어 하는 우리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망칠 길을 막아서는 '역할'이라는 이름의 굴레
두 사람이 아무리 간절히 바란들, 결국 도망칠 수는 없었습니다. 레지는 병기로서의 자신을, 덴지는 데빌 헌터로서의 자신을 떨쳐내지 못합니다. 이야기의 절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자유를 향한 갈망을 가로막는, 잔혹할 정도의 '역할'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이사를 가거나 진로를 변경할 때 겪는 일과도 비슷합니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 머물고 싶다'고 생각해도,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역할이 강요되곤 하죠. 이어져 있던 가능성들이 물리적인 거리나 상황에 의해 소리 없이 끊겨 나가는 경험 말입니다.
우리가 도망칠 수 없는 이유가 개인의 의지가 아닌, 외부의 구조에 있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잔인하게 보여줍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완성된 아름다움
결국 두 사람의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애틋한 결말을 보며 저는 전율했습니다.
만약 여기서 두 사람이 무사히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면, 이 이야기가 가진 진정한 깊이는 사라졌을 것입니다.
현실에서도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루어지지 않은 만약'이 있기에, 우리의 기억은 아름답게 반짝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영원한 형태로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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